저자 소개
Kyo Won Jeong
연구자, 퀀트 트레이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UC San Diego에서 전기,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지도교수 Pavel Pevzner). 독일에서 생물정보학 (단백체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통계 모델링을 다루고, 같은 방법론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연구합니다.

확률적 사고 5

예측 가능성과 블랙 스완

2026-09-30

지난 글에서 엣지 있는 매매법을 반복하는 것이 트레이딩의 거의 유일한 공짜 점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엣지 있는 매매법이 뭘까?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그러면 왜 이것이 유일한 공짜 점심인지도 자명해진다.

매매법 자체에 대한 얘기는 다음번에 작은 시리즈로 나누어 얘기할 테니, 여기서는 큰 조건 두 개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엣지 있는 매매법의 첫 번째 조건은 이미 논했듯이, 반복했을 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매매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틴게일을 생각해보자. 이기든 지든 계속 두 배씩 걸면, 충분히 긴 연속 손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언젠가 큰 금액을 따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 멈추면 된다.

그렇게 누구나 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두 번째 조건, 즉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매매법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마틴게일을 살아남으려면 이론상 무한한 자본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당신은 역시 이 글에 관심이 없을 테지.

마틴게일은 매매법 자체가 생존을 높은 확률로 불가능하게 하지만, 현실적인 매매 셋업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얘기를 해야만 한다.

트레이딩이든 투자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화두는 항상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알아야 얼마를 걸지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예측 가능성을 찾는다.

아무리 어떤 트레이더가 “예측하지 않습니다. 대응합니다.”라는 뻘소리를 해도 그들은 예측한다.

대응 자체가 예측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건부 예측이다.

이 시나리오가 나오면 다음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어떤 형태의 예측도 하지 않으면서 롱을 들어간다면, 그건 트레이딩이 아니다. 슬롯머신 땡기기다.

누구나 예측한다.

예언을 하지 않는 거겠지.

따라서 예측 가능성은 누구나 추구한다.

“인생 한방! 한 번이면 되지!” 하는 분들은 역시 이 글을 읽지도 않겠지만, 그런 분들도 가만 보면 누구보다 예측 가능성에 목을 맨다.

그런 분들일수록 매매법을 찾을 때 제일 먼저 승률을 묻는다.

승률 90%. 99%...

승률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예측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소리다.

물론 이것이 제대로 된 예측 가능성인가는 나중에 얘기하자.

그보다 더 극단적이지만 너무나 일상에 가까운 예는 따로 있다.

바로 보험이다.

보험은 평균적으로 손해다.

우리는 보험료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감당하기 어려운 극단적 손실을 피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화재보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을 기꺼이 든다.

왜냐면 보험료를 내고 손해를 보면서도 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극단의 사건에서 보호받고 싶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예상이나 계산을 크게 벗어난, 파괴적인 이른바 블랙 스완에서부터 보호받고 싶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대가를 지불하며 인생의 궤적을 예측가능성 안쪽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시장에도 블랙 스완이 있다.

올해에도 몇 번이나 엄청난 하락이 있었고, 나 또한 그 하락에서 개인 매뉴얼 거래의 붕괴를 맛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시스템 거래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 극단적 사건에서 보호장치가 없는 매매법은 절대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지 않고, 따라서 엣지 있는 매매법이라 할 수 없다.

일례로 손절도 없이 풀시드로 들어가는 매매법은 엣지 있는 매매법이 아니다.

“손절 없이 벌었는데요?”

하면 슬롯머신에서 대박 난 사람을 찾아봐도 그 비중은 동일하다.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며 반복했을 때 이득이 되는 매매법.

그 둘을 모두 만족하는 매매법이 바로 엣지 있는 매매법이고, 그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반복하면 결국 망하는 것은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엣지 있는 매매법의 반복이 거의 유일한 공짜 점심이다.

‘거의’라는 건 100%가 아니란 뜻일 뿐이다.

엣지가 있는 매매법을 찾았다 하자.

그렇다면 그 매매법을 그냥 무조건 반복하면 되는 걸까?

답은 “결국은” 그렇다.

그저 공짜 점심 정도에서 만족하려면.

하지만 그 매매법이 PnL은 100%를 주지만 MDD를 70%까지 주는 매매법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또한 그 매매법이 PnL은 100%를 주지만 3년 동안 한 번도 못 벌다가 마지막 이틀에 이득을 준다면 그것 또한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뭔가 “유연하게 대처해서” 매매법을 다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가?

다음 글에선 내가 제안하는 매매의 삼각형과 매매법의 삼각형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정말 확률적 사고의 컨텍스트에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게 뭔지 얘기해보겠다.

보통 뜨내기들이 말하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건 한마디로 불쉿이다.


이 글은 트레이딩에 관한 교육 콘텐츠이며, 투자 자문이나 특정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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