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Kyo Won Jeong
연구자, 퀀트 트레이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UC San Diego에서 전기,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지도교수 Pavel Pevzner). 독일에서 생물정보학 (단백체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통계 모델링을 다루고, 같은 방법론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연구합니다.

확률적 사고 8

공 위를 걷는 개미

2026-10-12

여기 개미 한 마리가 열심히 앞으로 가고 있다. 그 개미는 옆으로 새지도 않고 직진하고 있다. 얼마나 앞으로 갔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앞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그 개미는 사실 큰 공 위를 뱅뱅 돌고 있다.

개미의 시야로는 자기가 공 위에 있는지 평지에 있는지를 알아차리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기엔 시야가 너무 좁다. 멀찍이 물러서 자기를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개미에게 불가능하다.

개미가 기어가고 있는 곳은 현재 개미가 처한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달라지면 (공이냐 평지냐) 분명히 자기 생각에는 같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인지적 한계 때문에 보통 시스템을 자각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자기가 불같이 화났거나 극도로 불안할 때 자기 모습을 찍어본 적 있는가? 그러고 나서 기분이 무척이나 평온할 때 보면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분명히 나는 난데, 시스템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공 위의 개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다. 개미는 공 위에서나 땅 위에서나 적어도 앞으로 간다는 인지 자체는 그대로지만, 당신의 내적 평정이 깨져 있을 때는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뇌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이렇게 시스템의 변화를 알아채고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의 인지 상태를 평가하며, 그에 따라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이다. 개미에게 메타인지란 자신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능력일 것이고, 자신의 화난 모습을 비디오로 찍을 것 없이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메타인지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심법의 시작이다. 감정이 달라지면 시스템이 달라진다. 이제 독자들도 금세 알겠지만, 그건 바로 우리 매매 모델을 박살 낸다. 아닐 것 같은가? 가끔 트레이딩 포스팅에 이런 글들을 본다. 작은 시드로 연습 중이고 한 달째 XX% 수익 중이에요. 이제 큰 시드로 옮겨서 돈 복사 시작하려구요. 작은 시드로 연습하니 확실히 부담이 적어 매매가 금방 느네요!! 과연 큰 시드로도 벌어질까? 평지에서 앞으로 달려가니 10미터도 금방이네요! 이제 축구공 위에서 달려보겠습니다. 뭐 대충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다. 더 극단적인 경우는 페이퍼 트레이딩이다. 페이퍼 트레이딩을 하면 웬만한 시장 지식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잘한다. 그런데 실제 돈이 투입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왜 그렇게 다른 결과로 귀결되는가? 마음이, 즉 생각하는 시스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스템이 달라진 걸 자각조차 못한 채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여기에 추가로 우리는 우리가 어떤 감정에 빠져 시스템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굉장히 싫어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야! 내가 취해 보이냐? 안 취했다니까!!”… 자각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각하면 자존심 상한다고까지 가니 할 말 다 했다.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매매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우리에게, 정작 시장도 아닌 우리 자신에게서 자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요소일 것이다. 감정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감정은 거의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이며, 모든 감정이 판단을 흐리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감정이 우리의 판단을 바꾸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없애야 할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자각하지 못한 채 매매에 개입하는 감정의 영향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필수 조건은 당연히 자각이고, 메타인지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 메타인지라는 것은 자발적 노력 없이는 키우기 어려운 능력이다. 트레이딩하기 바빠 죽겠는데 내가 언제 도를 닦나 하는 분들은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개미가 죽었다 깨어나도 공 위에 붙어 있는 자신을 멀리서 보아 자각할 순 없겠지만, 자기 가는 길에 열심히 페로몬을 남긴다면 몇 바퀴 돌다 보면 어, 이거 뭔가 왔던 곳이구나 하고 간접적으로 자각을 할 수 있다. 트레이딩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트레이딩 저널이다.

트레이딩 저널은 앞으로도 여러 번 언급할 것이지만, 오늘은 심법의 측면에서 논해 본다. 위의 부지런한 개미처럼 저널링을 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점검하지 않는 트레이더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열심히 무너질 탑을 쌓고 있다고. 어? 난 지금 잘 버는데? 하고 있다면 몇 년 후 이 글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저널에는 반드시 정말 솔직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노트가 있어야 한다. 특히 하루에 몇 번씩 트레이딩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필수다. 보통 트레이딩을 반복하면 감정이 점점 평정과 멀어지게 되어 있으니. 쓰는 방법은 간단하게 1~10 사이 숫자로도 좋다. 1이면 완전히 평정 상태, 10이면 부부 싸움 직후 상태 이런 식으로 숫자라도 써 놓는 것은 개미가 페로몬을 남기는 것 이상의 기록이 된다. 이 숫자 하나가 생각보다 쓸모 있다. 또한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가 메타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내 감정을 객관화해서 기록까지 하는 것은 당신이 감정에 푹 빠져 있을 땐 잘 하지 않을 행위이다. 기록하는 그 순간이 당신을 객관화하는 훈련이 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객관화하고 자각해서 그다음은 어떻게 하나? 일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 트레이딩을 해도 되는 마음가짐이란 무엇인가? 사실 우린 답을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페이퍼 트레이딩을 할 때처럼 확률적으로 사고하고, 욕심이나 흥분, 조급함에 판단을 맡기지 않는 상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이것을 위해 언제나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트레이딩을 하면 우린 지든 이기든 흥분을 하게 되어 있다. 위에 말했듯이 메타인지로 이것을 재빨리 자각하고, 그다음 단계로 시스템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메타인지적 조절을 해야 한다. 그 조절이란 그러면 감정을 잠재우는 건가? 그게 마음대로 가능하다면 최고지만 우리는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이 가라앉고 판단이 안정될 때까지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거리를 두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거의 없다. 차트 끄고 오늘은 접겠다 하고 몰래 다시 켜는 자신을 당신은 몇 번이나 발견했는가? 오늘 매매는 여기서 접는다 하고 다시 분노에 휩싸여 진입하는 밤이 하루이틀인가? 그래서 우리가 예수, 부처, 공자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란 것인가? 그게 아니다. 처음엔 안 된다는 말일 뿐이다. 매매로 돈을 결국 버는 사람은 몇 년이고 과정을 거쳐 이 단계에 이른다. 그들은 보통 이런 말들을 한다. 매매가 너무 지겹고 지루하다. 벌고 있음에도 말이다.

보다 현실적인 두 번째 조절 방법은 감정을 조절하는 대신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바로 규칙대로만 움직이는 것이다. 평정심을 가졌을 때 만든 매매법을 규칙대로 따르면 왜곡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 일단 이것을 규칙대로 따르는 데 일차적인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은 습관화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다. 마음이 안 되면 몸이 따르게. 그런데 여기서 보통 한 차원 더 높은 왜곡이 끼어든다. 바로 그 매매법마저 감정적으로 끼워 맞추는 것이다. 마치 영화 《메멘토》에 나오듯 자기 자신을 속이기 시작한다. 내 경험상으론 이 왜곡이 일차 왜곡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악질이다. 자기는 규칙을 잘 따르고 있다고 착각하니까… 이것을 막기 위해선 다시 한 층 위의 시선이 필요하다. 내가 어느 정도 감정 상태일 때 매매법을 끼워 맞추는지를 알아야 하고, 이것도 정확히 메타인지의 한 모습이다. 여기서 쓸 수 있는 것이 위에 말한 저널이다. 저널을 쓰고 (비디오를 찍고) 나중에 차트와 매매법을 보면 (평정심을 찾고 돌려보면) 얼마나 얼토당토않게 끼워 맞췄는지 놀랄 것이다. 저널링은 따라서 매매 직전과 직후에 써야만 한다. 바로 그 왜곡된 시스템 안에 빠져 있을 때 쓴 증거만이 나중에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메타인지로 내 감정, 즉 시스템이 트레이딩에 적절한지 자각하고, 그에 따라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여 매매에서 자기로부터 비롯되는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심법이다. 심법은 절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적으로 자신의 흔들림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이고, 이를 위해선 다시 한 번 저널링이 필수다. 저널 없이는 그저 공 위를 맴돌 뿐이다. 공이 얼마나 크든 간에. 심법이 무너지면 우리는 바로 뇌동매매나 FOMO에 의한 추격 매매를 하게 된다. 이 두 개의 덫에 대한 얘기를 다음 편에 이어가 보겠다.


이 글은 트레이딩에 관한 교육 콘텐츠이며, 투자 자문이나 특정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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